CBAM :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완벽 이해

2025. 10. 13. 20:17ESG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 탄소국경조정제 완벽 이해

 

최근 전 세계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탄소중립(Net Zero)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환경 규제를 무역과 직접 연결하는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국경조정제도)을 도입하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CBAM은 단순히 유럽의 환경 정책이 아니라, 전 세계 수출 기업에게 직접적인 비용과 경쟁력의 변화를 초래하는 제도다.
이제 “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가”가 수출 가격과 직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 CBAM이란 무엇인가?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국경조정제도)은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EU 내에서 생산된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일종의 탄소 관세)을 부과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EU 밖에서 값싼 화석연료로 만든 제품은 더 이상 값싸게 팔 수 없다”는 원칙이다.
EU는 내부 기업들에게 배출권 거래제(EU ETS)를 통해 탄소비용을 부과하고 있지만,
수입 제품에는 이러한 부담이 없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참고로, 2025년 9월 기준 유럽의 배출권 가격은 톤당 약 80유로(약 13만 원) 수준이며,
한국은 약 10,000원/톤으로 유럽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탄소비용 격차가 바로 CBAM 도입의 가장 큰 이유이자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철강을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할 때, 해당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EU 내 기업과 동일한 탄소 단가로 환산한 금액만큼 ‘탄소세’ 형태로 부과하게 된다.


■ CBAM이 등장하게 된 배경

CBAM이 탄생한 배경에는 세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제도는 단순히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가 아니라, 탄소 중심의 새로운 무역 질서를 세우기 위한 전략적 조치이기도 하다.

1. EU의 탄소중립 목표 (2050 Net Zero)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제조, 운송 등 전 산업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입 제품이 동일한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EU 내 기업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CBAM을 통해 경쟁 조건을 맞추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2. 탄소 누출(Carbon Leakage) 방지

탄소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현상을 ‘탄소 누출’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전 세계적으로는 탄소가 줄지 않고 단지 규제가 덜한 국가로 이동할 뿐이다.
CBAM은 바로 이 문제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제는 생산지를 옮기더라도 수출 시 동일한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규제 회피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3. 글로벌 기후 리더십 강화

EU는 단순히 자국 시장만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CBAM을 통해 전 세계에 “탄소 감축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는 각국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도입하고

탄소 회계 및 감축 목표를 강화하게 만드는 국제적 압박 수단이기도 하다.


■ CBAM의 시행 일정과 적용 범위

CBAM은 단번에 시행되는 제도가 아니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까지는 ‘전환기(Transitional Phase)’로,
수출 기업들은 실제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는 의무만 갖는다.

이 기간 동안 기업들은 제품별 탄소배출 데이터를 EU에 제출해야 하며, 보고 방식과 검증 체계를 점검받게 된다.
즉, 지금은 일종의 시범운영 단계인 셈이다.

하지만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비용이 부과된다.
EU는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기반으로 CBAM 인증서(Carbon Certificate)’를 구매하도록 요구하며,
이 인증서의 가격은 EU 배출권거래제(EU ETS) 시장가격과 연동된다.

현재 CBAM의 초기 적용 품목은 다음과 같다.

초기 적용 품목

 

향후에는 플라스틱, 섬유, 자동차, 화학제품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즉, 지금은 일부 산업만 포함되지만 장기적으로 거의 모든 제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CBAM이 불러올 변화

CBAM은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새로운 무역의 룰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한 기업은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해지고,

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세금 부담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처럼 제조업 중심의 수출국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CBAM 주요 품목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ESG 경영을 일찍 도입하고 탄소 감축 설비에 투자한 기업에게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


■ CBAM은 ‘탄소 경쟁’의 시작점

이제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보다 “탄소 경쟁력”이다.

지금부터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그 수치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CBAM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경고등이자 신호등’이다.
지금 이 변화를 준비하는 기업만이, 다가오는 탄소 경쟁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