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인건비 과다 편성…내년 건보료 인상, 국민 부담 커진다

2025. 11. 9. 09:34뉴스

“6천억 부풀리고, 보험료는 또 오른다”

 

실제보다 높은 직급으로 계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8년 동안 총 6천억 원의 인건비를 과다 편성해

직원들에게 나눠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하위직급 직원을 상위직급으로 간주해 예산을 계산한 결과로,
국민 세금이 불필요하게 사용된 명백한 예산 운용 지침 위반 사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 접수된 내부 신고를 바탕으로 건보공단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공단은 실제 인원보다 높은 직급 인원으로 계산해 인건비를 산정했으며,
이로 인해 2023년 한 해에만 약 1,400억 원을 초과 편성했다.

 

예를 들어 2013년 기준 공단의 4급 정원은 9,000명이었지만

실제 인원은 4,000명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계산 시 5급·6급 인력 수천 명을 4급으로 상향 적용해
마치 모든 정원이 채워진 것처럼 계산했다.

 

이 같은 방식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속됐고,
결과적으로 8년 동안 누적 6,000억 원이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이 예산을 연말 정산 과정에서 정규직 임금 인상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배분했다.

 

국민권익위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수년간 정부 예산 지침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인건비를 집행했다”며
보건복지부 등 감독 기관에 제재 및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며,
감사원 및 복지부 감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건보료는 오른다… 국민 부담은 커진다

 

문제는 이 같은 예산 낭비 속에서도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이 인상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5년 1월부터 건강보험료율을 현행 7.09%에서 7.19%로 인상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1.48% 인상으로, 3년 만의 인상이다.

 

직장 가입자의 경우 회사와 절반씩 부담하며,
올해 평균 월 납부액 158,464원이 내년부터 약 166,900원으로 늘어난다.
한 달 약 2,200원, 연간 약 2만 6천 원가량 부담이 증가한다.

 

지역 가입자는 평균 월 88,962원에서 92,400원으로 오르며
한 달 약 3,400원이 추가된다.

 

건보공단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와
공공의료 서비스 강화 정책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냉담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6%가 보험료가 이미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은 80%를 넘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한 직장인은

“공단은 인건비를 부풀려 쓰고, 국민은 더 내라 한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체납자는 환급받고, 납부자는 부담 늘어

 

더 큰 논란은 건보료 체납자에게도 환급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충남의 한 주민 고모 씨는 18개월치 보험료 약 1,448만 원을 체납했음에도,
‘본인부담 상한제’를 통해 1,570만 원의 진료비 환급을 받았다.
결국 체납액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받은 셈이다.

 

본인부담 상한제는 환자가 낸 의료비가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을 정부가 환급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건보료 체납자라도 동의만 하면 환급을 받을 수 있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이상 보험료를 체납하고도 환급을 받은 사람은 8만 9천885명,
이들에게 지급된 환급액은 총 852억 7천만 원에 달한다.

 

공단은 환급액에서 체납액을 차감하려면

반드시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이 절차 때문에 행정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체납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환급은 그대로 지급된다.

 

전문가들은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한 국민과의 형평성이 무너진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국회에서는 ‘환급 시 체납액 자동 공제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정 누수, 제도 불신으로 이어져

 

이번 사안은 단순한 예산 부풀리기 문제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의 보험료와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인건비 과다 편성과 체납자 환급 문제는 국민 신뢰의 문제다.

 

건강보험 재정은 이미 적자 구조로 진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지출은 96조 원,
수입은 93조 원으로 약 3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2028년에는 누적 적자가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인건비 관리, 체납 관리, 보험료 부과체계 전면 개편 등
재정 누수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공공기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은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민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감사 전문가 김태훈 회계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예산 지침을 법처럼 지켜야 한다.
이번 사례처럼 내부적으로 예산을 돌려 쓰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결국 국민이 피해자가 된다.”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인건비 산정 방식을 전면 재점검하겠다”라고 밝혔지만,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사후 해명보다 선제적 투명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인건비 과다 편성…내년 건보료 인상, 국민 부담 커진다


“건강보험은 사회 안전망이다.
그러나 신뢰를 잃은 안전망은 국민에게 가장 큰 위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