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무섭다”… MZ세대가 침묵을 택한 이유

2025. 11. 5. 21:16뉴스

디지털 세대의 개인주의, 단절이 아닌 조율의 언어로 읽다

 

“전화가 무섭다”… MZ세대가 침묵을 택한 이유


“교수님, 문자로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평택의 한 대학교 강의실.
수강 정정 기간, 담당 교수가 한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음 너머로 들린 건 침묵이었다.
몇 분 뒤 도착한 메시지 한 줄 —

“교수님, 문자로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 짧은 문장은 지금 세대의 정서를 대변한다.
이제 ‘전화’는 더 이상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MZ세대에게 그것은 즉시 반응을 강요하는 불편한 인터페이스다.


10명 중 3명, “전화가 두렵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2,7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29.9%가 “전화가 부담스럽다”라고 답했다.
열 명 중 세 명이 콜포비아(Call-Phobia), 즉 전화 공포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조사 결과,
X세대(1970~80년대생)의 절반 이상(58%)은 통화를 주된 소통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MZ세대는 SNS·메신저(65%)를 더 선호한다.

전화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를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즉시성’이야말로, MZ세대가 가장 회피하고 싶은 감정이다.


“전화는 예고 없는 방문” — 준비되지 않은 관계의 압박

“MZ세대에게 전화는 통제가 어려운 상황을 상징합니다.
그들은 즉흥적인 감정 교류보다는 예측 가능한 대화를 선호하죠.”

 

메시지는 시간을 준다.
읽고, 생각하고, 수정할 여유가 있다.
그들에게 비동기식 소통은 무례가 아니라 배려의 표현이다.
상대에게 ‘생각할 틈’을 주는 것.

즉, 전화 대신 메시지를 택하는 건 도피가 아니라 설계된 대화다.


“시선이 없는 시대, 공감의 방식이 바뀌었다”

독일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사물의 소멸』에서
“디지털 시대의 소통은 바라봄이 없는 소통이다”라고 말한다.

시선이 사라진 대화는,
공감을 줄이지만 불안을 줄인다.

MZ세대에게는 ‘시선의 부재’가 곧 안정감이다.
감정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덜 상처받고,
즉흥적 실수로 평가받을 위험도 적다.

그들은 타인의 감정보다 자신의 균형을 우선시하는 세대다.


개인주의, ‘거리의 미학’으로 진화하다

기성세대가 ‘개인주의’를 냉정함으로 본다면,
MZ세대는 그것을 자기 보호와 효율의 조화로 정의한다.

그들의 개인주의는 단절이 아니라 ‘조율’이다.
필요할 때만, 필요한 만큼만 관계를 유지한다.
전화 대신 카카오톡, 회의 대신 슬랙,
그 속에는 “내 시간을 존중해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결국 이들의 개인주의는 ‘거리의 언어’다.
거리를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거리를 둔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완전히 혼자는 싫다”

이 문장은 MZ세대를 가장 잘 요약한다.

그들은 사회적 관계를 거부하지 않는다.
단지, 감정의 밀도를 스스로 조절하려 한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필요할 때 깊게 연결되는 방식을 택한다.

 

“그들의 침묵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 방식이다.”
이건 MZ세대의 냉소가 아니라, 자기 회복의 기술이다.